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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어른들은 물(水)이 흘러가는(去) 것을 법(法)이라고 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세워놓으신 자연의 이치와 정직하고 진실된 도리에 다소곳이 순종하며 사는 것이 곧 법을 따르는 삶입니다. 물은 반드시 우묵한 곳을 채운 다음에야 그 다음 곳으로 넘어갑니다. 물은 결코 아래에서 위로 함부로 솟구쳐 오르지 않습니다. 비록 솟구치는 샘물이라 할지라도 일단 솟구친 다음에는 이내 다른 물들처럼 낮은 곳을 재빨리 찾아 자연스럽게 흘러내립니다. 아래로 아래로 흐르는 물은 어쩌다 깎아지른 절벽을 만나 사정없이 곤두박질하기도 하지만 잠시 후면 다시 물 본래의 흐름으로 돌아와 유유히 제 갈 길을 갑니다.
흐르는 물은 어느 순간 돌부리나 멧부리를 만나 잠시 갈라질지라도 이내 다시 하나가 되어 도란도란 흘러 나갑니다. 물이 늘 낮은 곳을 향하기 때문에 ‘큰 물’은 높은 곳에는 없습니다. 오직 낮은 곳에만 큰 물줄기가 있습니다. 큰물이 흐르는 강바닥은 그래서 늘 산보다 낮으며, 더 큰물이 모여드는 바다는 산처럼 비좁거나 높지 않고 그저 한없이 넓고 깊습니다. 높은 산비탈에서는 쉽게 하나 되지 못한 물방울들도 낮고 낮은 바다에서는 조용히 하나가 됩니다. 찢어지고 갈라져 흐르던 모든 물은 낮고 깊은 바다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말없이 한 몸을 이루게 됩니다. 깎아지른 높은 산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는 마음의 여유와 안정을 탁 트인 수평선을 바라볼 때 비로소 맛볼 수 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연일 한여름의 무더위보다 더 뜨겁게 달궈지고 있습니다. 정치적 이념과 노선이 같아 꽤 오랜 세월 한솥밥을 먹으며, 속된 말로 ‘난쟁이 골마리 치켜올리듯’ 서로가 서로에게 낯뜨거운 아첨의 말과 아부의 몸짓으로 서로를 칭찬하여마지 않던 사람들이, 하나밖에 없는 대통령 자리를 앞에 두고서는 하루에도 몇 가지씩 상대방의 허물과 비리를 들추어내는 데 열심입니다. 서로 서로 들추어내고 밝혀내는 비리사실의 분량과 신빙성으로 미루어 퍽 오래 전부터 상대방을 때려눕힐 수 있는 자료들을 품에 안고 살았을 성싶은데, 어쩌면 그리도 감쪽같이 국민 앞에 입 싹 씻고 아무 것도 모르는 척 능청을 떨다가, 막상 내 앞에 큰 떡을 놓지 않으면 안 되는 절실한 상황이 닥치자 그동안 잘도 숨겨왔던 본심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추태를 보면서 높은 자리 탐내는 사람들의 얼굴 두께가 얼마나 되는 지 궁금할 때가 많습니다.
“우리나라를 망치는 문제아 꼴통들은 서민이 아니라 많이 배워 높은 자리 차지하고 있는 인간들”이라는 서민들의 말이 일리 있게 들리는 현실이 너무 슬프고 가슴 아플 뿐입니다. “뜻밖에 망신을 당할 수 있으니 잔치의 높은 자리를 욕심내지 말라”는 성경의 가르침은 곧 “물처럼 유연하게 끊임없이 아래쪽을 향하는 삶을 살라”는 당부일 것입니다. 높은 곳을 욕심내는 사람이 한두 사람이라도 섞여 있는 한 그 공동체는 결코 속 편히 하나 될 수 없고, 열린 마음으로 무슨 일을 꾀할 여유를 갖지 못하게 되기 때문입니다.(2007. 07. 19.)
이광우 목사의 CBS '5분 메시지' : 매주 목요일 오후 1:55, FM 103.7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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