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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로 썩은 까닭인지, 사람의 마음처럼 간사하고 약삭빠른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사람의 모든 행위가 마음의 생각이 열매로 나타난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 악하고 추한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것은 곧 우리 인간들의 마음이 그만큼 추악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본성에 뿌리 깊이 자리잡고 있는 죄성이 행동으로 드러나는 방식은 여러 가지겠지만 그 뿌리는 아주 간단하게 ‘자기중심성’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각기 다른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각자의 생각과 주장만 옳다고 끊임없이 주장하기 때문에, 그렇게 입바른 소리를 하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세상은 더 시끄럽고 복잡하게 변해 가는 것입니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아무개 정당의 후보들끼리 서로 경쟁하며 들춰 내놓는 상대방의 비리목록을 보면서, ‘저렇게 추한 내용을 그렇게도 잘 아는 사람들끼리 그동안 어떻게 한 정당 안에서 지냈는지 참으로 용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때로는 측은한 느낌까지 들 때가 많습니다. 아무튼, 어떤 문제를 가지고 어떻게 상대방의 흠집을 내든, 그 핵심에는 언제나 ‘나는 옳고, 너는 글렀다’는 생각이 굳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유명 정객들의 시도 때도 없이 변하는 언행을 유심히 지켜보면 인간의 자기중심성과 이기심의 끝이 도무지 보이지를 않습니다. 세상살이 처세기술이 발달할 대로 발달한 어른들만 그런 것이 아니라, 코흘리개 어린아이들도 그 점에서는 예외가 될 수 없는 듯합니다.
내가 길을 걸을 때는 교차로나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위반하고 사정없이 내달리는 운전자가 그토록 밉다가도, 정작 내가 운전대에 앉아 있을 때는 주행노선에 자꾸만 거치적거리는 보행자가 한없이 보기 싫습니다. 운전 중, 다른 차들이 법규를 위반하며 신경 쓰이게 할 때는 ‘민주시민의 양식이 의심된다’느니 어쩌니 하면서도, 정작 자신이 신호를 위반하면서는 ‘바쁜 세상에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냐’고 속편하게 생각합니다. 내가 그 차를 꼭 타야만 할 사정이 있는데 출발시간에 좀 늦었을 때는 정한 시각보다 몇 분쯤 늦게 출발하는 운전기사 양반이 그토록 고맙지만, 정작 내가 차에 올라 자리 잡고 앉아 있을 때는 한 1-2분쯤 늦게 출발하는 운전기사를 향해 ‘시간 관념이 어떻느니, 서비스 정신이 희박하다’느니 하며 궁시렁거립니다. 어느 중요한 자격시험에 내가 응시할 때는 ‘제발 합격자 수가 좀 많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시험에 합격해서 어떤 자격을 얻게 되면, ‘이제 그만 합격의 문을 좀 좁히면 좋겠다’는 생각을 쉽게 하게 됩니다.
늘 마주하는 이웃끼리 하찮은 주차문제로 거칠어진 감정 때문에 칼부림도 서슴지 않는 세상, 이른 바 ‘님비(NIMBY)’ 현상으로 요약되는 개인 혹은 소집단의 극단적인 이기주의 역시 죄로 썩어 냄새나는 우리들의 마음에서 끊임없이 돋아나는 무서운 독버섯입니다. 그래서 “형제의 눈에 티끌을 보기 전에, 먼저 네 눈 속의 들보를 빼라”는 성경의 가르침이 주어졌을 것입니다.(2007. 07. 05.)
이광우 목사의 CBS '5분 메시지' : 매주 목요일 오후 1:55, FM 103.7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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