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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전, 친지의 중매로 제 아내가 될 처녀를 만나 3주만에 번갯불에 콩 튀듯 결혼했습니다. 어느덧 4반세기를 알콩달콩 함께 살면서 하나님께서 저희 부부에게 주신 4남매를 맡아 기르며 오늘까지 왔습니다.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ROTC 장교로 공수특전단에서 군복무를 마친 뒤, 10년 동안 대학원에서 석사 박사과정을 이수함과 동시에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제자들을 가르쳤습니다. 그러다가 30대 후반 비교적 늦은 나이에 신학대학원에 들어가 늦깎이로 신학을 공부하면서 몹시 바쁘게 지내느라 그저 ‘애비’라는 이름만 갖고 제 아이들에게 따스한 손길을 별로 주지 못한 채 세월이 흘렀습니다. 요즘도 분주한 교회사역 때문에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날이 많아 아비인 제가 해 줄 수 있는 일은 그저 아이들을 위해 하나님 아버지께 기도하는 것이 거의 전부입니다.
밤늦게 들어갔다가 새벽기도회 때문에 아이들 다 잠든 시간에 나오고, 아이들 역시 각기 제 할 일들이 바빠 여섯 식구가 모여 앉아 식사 한 번 변변히 하지 못하면서 무심한 세월이 가고 있습니다. 목사로서 교우들의 가정을 위해 늘 복을 빌어주면서도 정작 제 앞가림은 제대로 못하는 것 같아 민망할 때가 많습니다. 네 아이 중에 늦둥이로 나중에 태어난 두 아이는 첫째 둘째와 나이 차가 꽤 많아 아직도 에미 애비의 손길이 많이 필요한 나이입니다. 목회사역을 한다는 핑계로 아이들에게 시간을 잘 내주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미안함 때문에 새벽기도 하러 나올 때 아이들 방문을 열고 곤히 잠든 모습을 잠깐씩 지켜보다 나오곤 하는데 그때마다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곤 합니다. 세상살이에 아무런 대책이 없는 우리 아이들이 그다지 잘나지 못한 에미 애비를 꿀떡같이 믿고 정말 무사태평하게 평온한 잠을 자고 있음을 늘 확인하기 때문입니다. 인생 5학년이 넘어 제법 세상살이의 지혜도 생기고 앞길을 헤쳐나갈 힘도 어느 정도는 갖추고 있으면서도 종종 염려 근심에 빠져들곤 하는 애비와 달리 우리 아이들의 얼굴은 늘 평온하기 그지없습니다.
숨막히게 복잡한 세상에서 몹시 분주하게 하루 하루를 사는 사람들은 늘 불안과 초조 속에 염려와 근심에 사로잡혀 지내기를 잘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늘 하는 염려 근심의 약 96%는 이미 지나간 일이거나 내 힘으로 바꿀 수 없는 일들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습니다. 설령 내일을 위한 염려라 하더라도, 그 내일이라는 시간이 반드시 내게 주어진다는 보장도 없고, 그 내일을 내가 산다 할지라도 어제 내가 그토록 염려했던 일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은 법입니다. 그런 점에서 ‘내일을 위한 염려’ 역시 현실로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높은 것입니다. 요즘 무슨 문제로 염려하고 근심하고 계십니까?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지난 일, 반드시 일어난다고 장담할 수 없는 불확실한 내일 일로 괜히 사서 하는 마음 고생은 아닌지 돌아보십시오. 이 화려한 가정의 달 5월에, 염려 근심에서 해방된 여러분의 마음 속에 평화와 기쁨의 아름다운 꽃밭이 환히 일구어지기를 기도합니다. (2007. 5. 10.)
이광우 목사의 CBS '5분 메시지' : 매주 목요일 오후 1:55, FM 103.7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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