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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수단과 각종 정보통신 망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이 몸을 움직일 일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습니다. 농경사회에서는 일과 놀이가 곧 운동이었습니다. 자동차와 같은 탈 것이 거의 없던 시절, 집에서 일터로, 일터에서 또 다른 일터로 옮겨가는 것도 오로지 직접 걸어다니는 것 외에 다른 수단이 없었습니다. 아이들의 놀이도, 갖고 놀만한 그럴 듯한 장난감이 별로 없어서 늘 하는 짓이 서로 몸을 부대끼며 마당이나 운동장에서 마냥 뛰노는 게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애나 어른이나 시간만 나면 핸드폰이나 게임기 또는 컴퓨터에 매달려 손가락 몇 개로 자판이나 두들기는 것이 몸놀림의 거의 전부여서 꽤 많은 사람들이 뚱보가 되어가고 있다는 통계가 발표되기도 하였습니다. 한 삼사십 년 전만 해도 깡마른 사람들이 많은 터라 좀 오동통한 것이 미인의 표준이었지만 비만형이 많은 요즘은 매우 날씬한 체형이 아름다움의 표준으로 변했습니다. 오죽하면 살 빼다가 죽는 사람들까지 나오겠습니까?
풍요로워진 우리 세태를 그대로 반영하듯, 우리 시대의 정신을 반영하는 낱말 가운데 어색하기 그지없는 ‘웰빙’이라는 말이 버젓이 들어가 있습니다. 좀 과장된 우스개 소리겠지만, 우리 남한 사람들이 살 빼기 위해 쓰는 돈이면 북한 사람들을 모두 다 먹여 살릴 수 있다는 말도 심심찮게 들려옵니다. 좀 한적한 곳에 가보면 낮 밤을 가릴 것 없이 꽤 많은 사람들이 운동복 차림으로 열심히 걷고 뛰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유행을 잘 타는 우리나라 사람의 습성 탓이겠지만, 그 운동이 자기에게 잘 맞는 지, 그 운동량이 건강에 보탬이 되는 것인지를 미처 생각하기도 전에 남들 하는 대로 느닷없는 열심을 내어 부산을 떠는 이들이 퍽 많습니다. 물론 그렇게 해서 꾸준히 자기 몸을 관리하는 이들의 비율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걷고 달리는 게 몸에 좋다니까, 그저 젊었을 때의 마음만으로 잔뜩 둔해진 몸 상태를 생각지 않고 느닷없이 하프 마라톤이나 심지어 마라톤에까지 도전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얼마 전, 저녁 뉴스 시간에 ‘마라톤 돌연사’에 대한 집중 보도도 그래서 나왔을 것입니다.
기독교인들이 종종 하는 금식기도도, 작정한 기간의 약 3배 정도의 기간을 잡아서 시행해야만 몸에 부담이 없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가령 40일 금식을 하고 싶다면, 금식 전 40일 동안 차근차근 준비하고, 금식 후 40일 동안의 충분한 회복기간을 미리 생각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운동도 마찬가지입니다. 곧 본 운동을 하기 전의 달구기(warming-up)와 운동 후의 식히기(cooling-off)를 분명히 하지 못하면 운동을 하다가 되려 크게 해를 당할 수 있습니다. 세상살이의 이치는 다 엇비슷합니다. 자기 분수와 처지를 모르고 부질없는 객기와 느닷없는 열심만으로 차분한 준비와 여유 있는 뒷마무리를 생각지 않고 덤비다 보면 나중에 아무리 후회해도 돌이킬 수 없는 수렁에 빠지고 마는 법입니다. 무슨 일을 준비하고 시작할 때의 그 정성이 끝마무리 때까지 한결같이 유지될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 아름다운 인생은 없을 것입니다.(200. 04. 19.)
이광우 목사의 CBS '5분 메시지' : 매주 목요일 오후 1:55, FM 103.7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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