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우리 나라 사람들의 알코올 중독 사망률이 약 6배로 증가했다는 통계가 나와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음주와 상당한 관련이 있는 간암사망률 세계 제 1 위 국가가 우리 한국입니다. 뿐만 아니라 알코올로 인한 사회적 범죄도 계속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얼마 전 의정부경찰청에서 발표한 통계에 의하면, 대략 경범죄의 90%, 형사사건의 60%가 과음으로 인하여 발생한다 합니다. 서울시내 30개 경찰청 사건 기록 중 전체 폭행사건의 80%가 그 원인이 음주행위에 있었다는 또 다른 통계도 나와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음주행위가 '신앙문제' 이전에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음주 흡연으로 인한 폐해가 심각했던 한국기독교 초대교회의 상황은, 문화의 껍질만 달라졌을 뿐, 오늘날도 그 본질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기독교인들이 '술'을 마시지 않아야 할 이유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입니다. 한국인의 음주문화의 특징은 대개,
① 폭음
② 음주행위 강요
③ 비위생적인 술잔 돌리기
④ 퇴폐향락적 분위기
⑤ 2차 3차 술집 행(홍등가 출입, 음행)
등으로 요약됩니다. 무분별한 폭음으로 길거리에서 추한 토악질을 해대면서도 이른 바 필름이 끊겨 의식을 잃을 때까지 마셔야 술을 제대로 마신 것이라고 억지를 부리며, 이 마지막 술자리(full course)까지 동행할 수 있는 사람이라야 진정한 공동체의 일원이라고 함부로 생각하는 두렵고도 몰상식한 편견이, 이 나라 술꾼들의 어지러운 술판을 지금도 지배하고 있습니다.
값비싼 양주로 색시 집에서 술대접을 해야만 상대를 제대로 대접한 것이라는 웃지 못할 고정관념이 사업가(애주가)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습니다. 손윗사람이 이런 편견(고정관념)을 갖고 있을 경우, 가부장적 상하관계가 몹시 엄격한 한국사회(직장 문화)의 속성 때문에 손아랫사람들, 특히 술을 아예 마시지 못하거나 잘 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직장에서 (특히 일과가 끝난 후) 하루가 멀다 않고 곤욕을 치르기 마련입니다.
여하튼 한국의 음주문화보다 더 비인간적이고 추악하고 저급한 문화는 드물지 않나 생각합니다. 도대체 이런 저질 문화의 뿌리는 어디에 있을까요?
역설적이지만 참으로 엉뚱하게도 이런 못된 관행은 한국인의 제사행위(조상신 숭배)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한국인의 제사는,
① 산신제, 기우제 등, 촌락공동체의 안전이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한 초자연적인 존재와의 교류
② 종족공동체의 유대를 강화하기 위한 조상신과의 교류
로 크게 구별됩니다. 여하튼 어떤 제사를 드리든 일단 제사의식이 끝나면 제사음식과 술을 골고루 조금씩이나마 나눠먹는 '의식'(음복, 飮福)을 반드시 행하게 됩니다.
경우 '음복'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은, 복(福)을 받지 못하며 공동체 일원으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한국인에게 음주행위는, 그저 알코올 성분을 섭취하는 단순한 식사문화의 일부가 아닌, 신력(神力)이나 영력분배(靈力分配)의 신성한(?) 행위로서 공동체의식을 보장하는 불가피한 습속인 것입니다.
따라서 음복 때 마시는 "술"은, 신인융합(神人融合)과 공동체 구성원들의 정신적 신뢰를 결속시키는 제사의식의 일부로서 마시는 일종의 신주(神酒)였던 것입니다. 요컨대 술 권하는 이 땅의 문화는 그 이면에 이처럼 심각한 <종교적 이유>가 자리잡고 있는 것입니다.
곧, 이 땅의 술 문제는, 종교사회학적인 각도에서도,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그 성격이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런 사회·문화적 오랜 관행이 오늘날까지, 개인주의가 발달한 서구에 비해 공동체성을 중시하는 한국인의 음주문화의 뿌리가 되었습니다.
흔히, "내 술 한 잔 받게나"라는 제법 따스한 말과 함께 건네져 오는 손윗사람의 술잔이 갖는 무시 못할 무게(?)가, '예의범절'을 중시하는 우리 문화의 가부장적 특성과 뒤엉키면서 이 땅에 엉망으로 뒤틀린 음주문화의 폐해를 지금껏 고착시켜 온 것이 사실입니다.
'한국기독교 선교역사'를 요약하는 과정에서 이미 말씀드렸듯이, 한국개신교 선교 초기에 목숨 걸고 이 땅에 온 선교사님들은 놀랍게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직시하고, 목숨 걸고(?) 싸우면서 이 땅의 그리스도인들에게 "금주, 금연"을 기독교인의 표지로 제시했던 바, 그 아름다운 전통이 오늘에까지 이르고 있는 것입니다.
이광우목사
sdglkw@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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