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기가 막힌 일을 당했을 때, 무진장 억울할 때, 또 이 모양 저 모양으로
힘들 때.. 그때가 가장 외롭습니다.
친정어머니에게 말하고 싶지만 혈압도 높으시고 건강이 좋지 않아 나 때문에 또 아프실까 걱정이 되어 말씀을 드릴 수 없고 언니나 동생에게 말하려 해도
둘 다 사는 모습이 나름대로 힘겨워 보이니 나조차 짐이 되기 싫은 마음에
말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교회 집사님, 권사님들에게 말하고 싶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그럴 수가
없답니다.

첫째이유는, 어느 한사람하고만 친하게 지내는 듯 하면 서로 시샘할까봐..
또 하나의 이유는, 나 때문에 우리 주님이 욕 먹을까봐.. 무슨 사모가 저래?
그런 말을 들을까봐..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는, 무엇보다 내 자신이 나를 드러내놓고 푸념을 하는데
익숙하지 않아서입니다.

남편에게조차 말하기 힘든 일들이 있습니다.
그러잖아도 목회사역 속에서 어려움과 고통이 많을텐데 나까지 속을 썩일
수는 없는 노릇이고 지난 세월동안 질병 속에서 너무나 많은 애를 태우게 한
죄인이라는 생각에 더더욱 남편에게는 말하기가 힘이 듭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정말 아주 가깝게 지내는 사람이 없습니다.
얼마 전에 너무 어이없는 일을 당했을 때, 생각나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지만
혼자서 삭이고 참아냈습니다. 수화기를 들었다가 놓고 비공개일기를 썼다가
또 지우고...
그렇게 바보처럼 나를 네모난 상자 속에 가둬두고 잔뜩 움츠리고만 있었습니다.

사실은 친하게 지내고 싶은 교우들이 있습니다.
정말 맘에 들고 고상한 인격을 가진 분들...
그래도 나는 매일매일 조심합니다. 그 분들이 나에게 다가와도 나는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나도 남들처럼 적당한 수다도 떨고 싶고 속상한 일도 다
말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을 똑같이 대하려고 애쓰고 있고 똑같이 적당한 거리를 두고 대하게 됩니다. 남편도 마찬가지겠죠.
사모님들끼리의 모임도 거의 못 나가는 형편이고 그곳에 어쩌다 가게 되더라도
나는 바보처럼 내 내면의 겉포장만 잠시 뜯어 보이고 돌아온답니다.

나는 참 외로운 사람입니다.
무슨 생각이 그리 많은지 어떨 땐 머리가 많이 아파 옵니다.
말하기 전에 한번 더 생각하게 되고 그래도 생각이 떠오르지 않거나 눈앞이 깜깜할 때는 아무 말도 못하게 됩니다.

사모의 자리, 사역자의 자리.. 분명 복된 자리임에는 분명하지만 끝없이 조심해야하고 끝없이 자아를 죽여야만 하는 어려운 자리인 것 같습니다.
주님의 분량에 이르기까지 성화 되어 가는 과정이 참 힘들고 외롭고 아프기조차 합니다.
그래도 감당할 수 있으니까 주신 자리겠죠...

이왕이면 잘 감당하고 싶습니다.
소명의식을 가지고 앞으로만 전진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외로움이 느껴질 때는 내 마음의 문을 열고 밖으로 뛰쳐 나와봐야겠습니다. 그리고 눈을 들어 푸른 하늘을 바라보겠습니다.
온 세상이.. 온 우주가.. 아니,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그분의 나라가 나를 감싸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면 덜 외로워지겠죠....

때로는 나도 외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