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에 들렸더니 임집사님이 마술사처럼 척척척..
내 거친 머리칼을 금새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만들어놓았습니다.
앉아서 차 한잔 마실 새도 없이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화장을 마저 하고 옷을 갈아입었습니다. 남편이 옆에서 코디에 함께 신경 써주고 가지고 갈 옷을 옷걸이에 걸어주기도 하고 거의 매일 나가야하는 얄미운 아내(?)의 사역 길에 협력해주었습니다.

아침에. 속상한 전화를 어리둥절한 상태에서 받고 기막혀하고 풀이 죽어있는
내가 안쓰럽든지 남편이 다른 날보다 유독 신경을 쓰는 눈치였습니다.
이런 마음으로 어떻게 가서 찬양을 드리고 간증을 할 수 있을까!
안되겠다 싶은 마음에 남편에게 정중하게 부탁을 했습니다.
"목사님, 나 축복기도 해주세요.. 안수기도요."
그랬더니 남편은 꼭 기다리기도 한 듯이 서슴치 않고 정성을 다해 성심 성의껏
안수를 해 주었습니다.

이윽고 짝꿍, 이운숙집사님과 만나 홍성까지 가면서 중간에 옥수수도 사먹고,
서로에게 위안이 되고 힘이 되는 이야길 나누며 하하호호! 여전히 우린 참으로 재밌고 좋은 동역자임을 실감했습니다.
운영을 맡으신 김진태목사님이 길을 찾아가는 도중에 무안할 정도로 계속해서 길 안내를 전화로 해주셨습니다. 전날부터 아마 열 번은 전화를 하셨을 겁니다.
어찌나 죄송하고 감사하든지..

도착해서 악기 셋팅을 하고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정갈한 음식점에서, 연세보다 10년은 젊어 보이시는 양영민목사님과 김진태목사님과 함께 한정식을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교회로 가서 준비하고.. 기도하고..

드디어 집회가 시작되었습니다.
1부로 감리사님의 간단하면서도 은혜스럽고, 명확한 설교말씀이 있었고
2부 순서에 맞춰서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간증집회를 시작했습니다.

목도 쉬어 있었고 잠도 못 잔 터라 아주 많이 피곤했지만 주께서 주시는 힘으로 열심히 찬양을 하고 간증을 했습니다. 꽤 크고 아름다운 봉신교회를 가득 메운 성도님들은 똘방똘방한 눈빛으로 간증을 들으며 함께 주 하나님의 은혜에 공감하며 그 분을 마음속으로 깊이 깊이 찬양했습니다.
그리고 이운숙집사님의 찬양이 있었고 마지막으로 성도님들과 다 함께 뜨겁게 찬양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참으로 성령님이 임재 하셔서 우매한 자의 말하는 것에 함께 하시고 지혜의 영을 보내주셨으며 찬양의 위력을 또 다시 경험하게 하셨습니다.

24개 교회에서 아주 많은 목사님들이 참석하셨는데 어쩜 그리도 하나같이 겸손하고 부드럽고 멋있으시든지, 감탄할 정도였습니다.
목사님들.. 전도사님들.. 그리고 성도님들이 모두 친절하고 사랑이 넘치는 분들이셨습니다.

주안에서는 처음 본 사람들도 가깝게 느껴지는 걸 보면 정말 우리는 다 천국에 들어가야 할 형제요 자매인가 봅니다.
손을 잡고 놓지 않는 분들도 계셨고 눈시울을 붉히며 고맙다고 말해주시는 어르신들도 계셨습니다. 그리고 여러 목사님들의 따스한 격려의 말씀들이 있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이집사님과 나는 많이 늦었지만 천안에 있는 겟세마네기도원에 들려서 원장목사님을 만났습니다.
지난 2월부터 화요찬양인도자로 일해오면서 너무나 많은 인격적인 대우와 사랑을 나눠주시고 축복기도를 해주시고 귀하고 귀한 은혜의 말씀으로 가르쳐주신 목사님을 만나서 대학원문제로 그만둬야할 것을 말씀드리고
마지막으로 축복기도를 받았습니다.

섭섭해하시는 목사님.. 그리고 시원섭섭한 우리들...
참으로 만감이 교차했답니다.
축복기도를 해주시는데 눈물이 나와서 억지로 참았습니다.

그 늦은 시각에도 평상시보다 더 말똥하고 또렷한 목소리로 짝궁집사님은 이야기도 잘하고 웃기도 잘하고.. 여하간 정말 씩씩한 또순이 같습니다.
새벽 3시가 되어서야 목사님을 겨우 만날 수 있었던 관계로 집에 돌아오니 새벽
4시였습니다.

오늘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참으로 길고 긴 하루였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하루이기도 했고 주께서 역사하신 감동의 하루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또 귀한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고 하나님의 섭리와 은혜를 더더욱
깊이 깨달은 날이기도 합니다.

하루를 뒤돌아보면서 갑자기 소금의 의미가 생각납니다.
부패함을 방지하고 맛을 내는 소금.. 내가 바로 그런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길 소원하고 있지만 나는 전혀 소금의 맛을 못내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하루를 마감하는 마무리 기도를 이렇게 올렸습니다.

"주님, 갈수록 말 잘하고 찬양 잘하는 사역자가 되는 것도 좋지만...
점점 더 낮아지고 겸손하고 절대로 무게잡지 않고 가장 낮은 자, 처음이나
끝이나 변함이 없는 자, 내가 바로 마른 막대기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겸손하게 무릎 꿇는 자가 되게 하옵소서..."

부디 소금의 역할을 잘 감당하기 위해 몸부림치게 하시고
나 자신을 내세우지 않으며, 주님이 본래 하나님과 본체이시나 비하의 신분으로 내려오시어 지옥강하까지 내려가신 것처럼 나는 죽고 내 안에 그리스도만 살게 하옵소서..
그리하여 썩어질 곳에 던지워져 썩음을 방지하는 데 쓰임 받게 하시고
진짜 맛, 참 맛을 내는 아름다운 사역자가 되게 하옵소서.."
......


내일도 나는 소금이고 싶습니다